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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야구

NC의 3연속 번트 - "야구 좀 본다" 말하려면 알아야 하는 야구상식 - 6편 빅볼과 스몰볼

6월 26일 현재 1~3위권 다툼을 하고 있는 세 팀 중 두 팀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는 3 연속 번트 작전과 강력한 불펜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626175000007?input=1195m

 

8회 '3연속 번트'로 뒤집은 NC, 두산 꺾고 선두 질주 | 연합뉴스

8회 '3연속 번트'로 뒤집은 NC, 두산 꺾고 선두 질주, 천병혁기자, 스포츠뉴스 (송고시간 2020-06-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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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날 LG 트윈스를 상대한 SK 와이번스는 선발투수의 무실점 투구와 경기 중반 3점 홈런을 앞세워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야구에서는 이처럼 도루와 번트 등 벤치의 작전을 통해 1점씩 쌓아나가는 스몰볼 야구와, 강공과 장타를 통해 "빅 이닝"을 만드는 빅볼 야구가 대조되는 스타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스몰볼과 빅볼에 대한 소개를 해 드리려 합니다.

 

 

 

 

 

[스몰볼]

 

스몰볼의 경기 운영 방식은 보통 "짜내기"와 "굳히기"로 불리우는 경우가 많은데요,

 

짜내기란 공격에서 타자 한 명이 1루에 출루할 경우, 아웃카운트를 소모하더라도 어떻게든 2루 이상의 득점권에 진루시켜 후속 적시타나 희생플라이, 땅볼 타점을 노리는 것을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스몰볼식 운영을 하는 팀은 공격시 발 빠른 타자가 볼넷을 골라 1루에 출루하면, 벤치에서 다음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하거나 1루에 출루한 주자에게 도루 혹은 히트 앤드 런을 지시하는 등 아웃이 될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주자의 진루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 수비의 실책이 나오거나 (생각보다 번트 타구를 수비할 때나, 도루와 타격이 동시에 이뤄진 히트 앤드 런 타구를 수비하는 경우 실책이 자주 나오는 편입니다) 후속 타자의 안타가 나오는 경우에는 스몰볼식 운영임에도 불구하고 "빅 이닝"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2루에 진루시킨 주자가 적시타를 통해 1점을 얻는 데 성공하거나, 3루에 진루시킨 주자를 희생플라이나 스퀴즈 번트 등을 통해 1점을 얻는다면 스몰볼식 운영이 성공한 것입니다.

 

수비 시에도 벤치의 작전이 많이 동원되며, 타선에서 얻는 점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상대 타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불펜 투수를 맞춤으로 등판시키는 전략(굳히기)이 자주 사용됩니다. 따라서 믿음직한 1 선발 에이스 정도가 아니라면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하고 길어야 5~6회 정도, 짧으면 5회 이전에도 과감히 강판시키고 불펜 투수를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벌떼 야구"(한 경기에 벌떼처럼 많은 불펜 투수를 투입하는 작전), "중무리 투수"(중간계투이면서 마무리 투수까지 겸하는 투수) 등의 용어도 과도한 스몰볼식 투수 운용에서 나온 용어들입니다.

 

 

(참고 :  히트 앤드 런 & 런 앤드 히트)

 

야구의 작전 중에 "히트 앤드 런""런 앤드 히트"  작전이 있는데요, 둘 다 1루 주자가 빠르게 도루 스타트를 끊고 타자가 투수의 공을 타격하는 작전입니다. 다만, "런 앤드 히트"는 투수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경우에만 타격하고 "히트 앤드 런"은 타자가 무조건 공을 컨택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히트 앤드 런은 주자의 발이 느린 경우에도 사용하는 작전인데, 영어의 순서(hit & run)와 달리 타자가 치기 전에 주자가 먼저 스타트하고, 타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스윙을 하여 컨택을 해내야 합니다. 이는 보통 1루 주자가 발이 느려 내야 땅볼이 나왔을 때 병살타가 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1루 주자를 2루에 진루시키기 위해 쓰이는 작전입니다. 다만, 타자가 무조건 공을 컨택한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에 상대 투수/포수가 미리 작전을 알아채고 피치 아웃(타자가 컨택하지 못하게 타자의 반대 방향으로 공을 던지는 작전)을 하는 경우에는 주자만 도루하다가 아웃될 리스크가 있습니다. 또한 타자가 플라이 아웃되는 경우에는 주자가 진루하지 못합니다.

 

참고 : 피치아웃

 

런 앤드 히트는 주자의 발이 빨라 단독 도루 작전도 수행할 수 있는 경우에 쓰이는 작전입니다. 벤치에서 볼카운트나 투수의 컨디션, 타자와 주자의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자에게는 도루를 지시하고 타자에게는 좋은 공이 들어오면 스윙하라고 주문하는 것입니다.

 

(참고 : 스퀴즈 번트)

 

스퀴즈 번트주자가 3루에 위치해 있고 아웃카운트가 1 아웃 이하일 때, 타자가 스윙이 아닌 번트를 통해 타구를 굴리고 3루 주자가 전력 질주하여 홈에 들어와 1 득점을 노리는 작전입니다. 번트 타구가 보통 투수와 포수 사이 공간에 굴러가고, 3루 주자가 홈까지 달려드는 경로와 번트 타구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하는 작전입니다.

 

참고 : 스퀴즈 번트

다만 번트가 실패하여 공이 떠서 플라이 아웃이 되거나, 상대 투수/포수가 미리 작전을 알아채고 피치 아웃을 하는 경우 3루 주자는 득점은 커녕 비명횡사하게 되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빅볼]

 

스몰볼과 대조되는 경기 운영방식은 빅볼입니다. "선이 굵은 야구", "믿음의 야구" 등으로 불립니다.

 

빅볼의 공격은 수많은 작전이 개입되는 스몰볼식 운영과는 대조적으로, 벤치의 개입 없이 선수들의 타격 능력에 의존합니다. 즉, 주자나 타자에게 작전을 주문하기보다는 타자가 알아서 안타를 치거나 볼넷을 고르도록 두는 운영을 합니다. 스몰볼식 운영에 비해 작전의 압박감이 없는 타자들은 본인의 스윙을 가져갈 수 있어서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많이 나오게 되며, 작전으로 아웃카운트를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연속 안타가 나오는 경우 한 번에 3점 이상의 득점을 내는 "빅 이닝"이 나올 확률도 높아집니다.

 

빅볼의 대명사, 노아웃 스리런 홈런

다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가 높지 않거나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에는 충분히 1~2점을 낼 수 있었음에도 허무하게 무득점을 하게 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으며 이는 팀의 사기 저하로 이어집니다. 또한 병살의 위험이 높은 주자 1루 상황, 병살 및 삼중살의 위험이 있는 주자 1루 + 2루 상황, 병살 리스크도 없애고 1점 짜내기도 가능한 주자 1루 + 3루 상황 등에서도 타석에 있는 타자에게 강공으로 밀어붙이는 운영은 공격 팀 최악의 시나리오인 "병살타"에 대한 리스크를 언제나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빅볼식 운영에서의 수비는 선발 투수의 긴 이닝 소화(투구 수가 허용하는 한 6~7이닝 이상), 그리고 철저한 불펜 투수의 분업으로 대표됩니다. 선발 투수가 오래 던지면 실점 위기가 오기 마련인데, 이를 감수하고 이닝을 맡기며 팀 내 주요 투수 자원을 선발 투수로 키워내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이에 반해 불펜 투수의 투입이 적어지게 되며, 홀드를 올리는 중간 계투와 세이브를 올리는 마무리 투수를 확실히 구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상으로 야구의 메타라고 할 수 있는 스몰볼과 빅볼에 대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스몰볼과 빅볼은 마치 정치의 좌/우처럼 명확히 한 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의 특징을 지닌 "경향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팀은 명확하게 스몰볼 팀이다" 라거나 "어떤 감독의 성향은 100% 빅볼이다"처럼 확실하게 얘기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맨 처음에 소개한 NC와 두산의 경기는 "스몰볼식 경기 운영"으로 승리했다, SK와 LG의 경기는 "빅볼식 경기 운영"을 통해 게임을 잡아냈다 등으로 분류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이 글을 통해 야구에 대한 흥미가 조금이나마 더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