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영화 & 드라마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후기 - 위선과 관계

어느덧 3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는 정말 좋아졌지만 밖에 돌아다니기가 무서운 시기이죠. 요즘같이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난 때 영화관람만큼 좋은 취미활동이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대한 후기를 포스팅해보려 합니다.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였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가 동시에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한 영화이자, 동시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도 유명하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 본인이 직접 쓴 동명의 자서전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범죄영화임에도 너무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도 않고(선정적인 장면은 조금 있습니다), 연출과 연기가 깔끔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관람하기에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자극적인 영화에 질린 분이라면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하 스포일러)

 

 

 

 

<줄거리>

 

군인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는 아버지, 그리고 아름다운 미모의 프랑스인 어머니를 둔 프랭크(디카프리오 분). 하지만 아버지의 부는 적법하게 축적된 것이 아닌 탈세와 사기를 통해 이룬 것이었고, 프랭크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이 모습을 보고 배우며 학교에서 프랑스어 교사 행세를 하는 등 타인을 속이는 기술을 훌륭하게 써먹습니다.

 

 

이후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어머니의 외도로 인해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프랭크. 가출할 때 들고 나온 수표를 받아주는 곳이 아무곳도 없어 절망하던 찰나, 팬암의 조종사가 만인의 선망의 대상으로 추앙받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양키스가 이기는 이유는 팬스트라이프 유니폼 때문"이라는 아버지의 말이 떠오른 프랭크는 팬암 조종사 행세를 하며 수표 위조를 시작합니다.

 

 

신종 금융사기 범죄가가 된 프랭크와 그의 뒤를 쫓는 FBI 요원 칼 헨래티(톰 행크스 분). 칼의 첫 체포 시도에서 탈출한 프랭크는 의사로 신분을 바꾸고 같은 병원 간호사 브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장인이 될 브렌다의 아버지에게 정체를 탄로나게 되지만, 도리어 자신이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며 브렌다를 사랑하는 일개 청년이라 대답하는 프랭크에게 반해버린 장인은 결혼 승낙은 물론 변호사 시험공부까지 도와주는 조력자가 됩니다.

 

 

그러나 프랭크는 약혼식날 자신을 찾아온 칼 요원을 피해 브렌다를 남겨두고 해외로 도주합니다. 그리고 프랑스에 있는 어머니의 고향에서 인쇄소를 차려 위조수표 발행을 이어갑니다. 이마저도 꼬리를 밟아 찾아온 칼 요원, 프랭크는 결국 프랑스 경찰에게 체포되고 칼 요원의 노력으로 미국으로 옮겨와 수감생활을 하게 됩니다.

 

 

프랭크가 수감생활을 한지 4년이 경과한 때, 칼 요원은 그를 수표 부정 범죄를 담당하는 FBI 직원으로 일할 것을 제의하고 프랭크는 이를 수락합니다. 프랭크는 어느 주말 마지막으로 도주를 시도하고, 칼 요원은 더이상 그를 붙잡지 않습니다. 주말이 지나 다시 혼자 위조수표를 관찰하는 칼 요원, 어느새 돌아온 프랭크가 그 수표를 분석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감상>

 

"두 마리의 생쥐가 크림에 빠졌다. 첫 번째 생쥐는 그대로 익사했지만, 두 번째 생쥐는 발버둥쳐서 크림을 버터로 만든 후에 탈출했다. 나는 두 번째 생쥐이다."

 

프랭크의 아버지가 영화 도입부에서 한 이야기이고, 프랭크 본인이 장인과 장모(가 될 수 있었던 사람) 앞에서 읊조린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주역인 프랭크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생쥐"로 보입니다. 잔고와 신용이 없는 채로 가출한 미성년자에 불과하지만 수표를 위조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을 사칭하며 발버둥쳐 부와 명예를 얻어내고, FBI 요원으로부터 도주하는 것도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 발버둥은 언제부턴가 부와 명예만이 목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칼에게 처음으로 직접 전화를 건 장면에서부터 프랭크에게는 조금 다른 차원의 갈망이 생겨 있습니다. 

 

 

칼과의 통화 전부터 프랭크는 틈틈이 아버지에게 연락하거나 직접 만나왔고, 만날 때마다 아버지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하나였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 부와 명예를 얻었으니, 아버지는 내가 사주는 캐딜락을 몰고 어머니에게 가서 다시 잘해보자는 것이었죠. 그러나 여전히 탈세범으로 국세청에 쫓기고 있는 아버지는 캐딜락을 몰 수도, 아들과 함께 생활할수도, 어머니 앞에 당당하게 찾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프랭크는 칼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은 독설을 듣습니다.

 

"양키스가 이기는 이유는 타자 미키 맨틀 때문이다. 누구도 유니폼을 보고 베팅하지 않아"

"사과하려고 전화를 건게 아니지? 전화를 걸 사람이 없으니까 걸었잖아"

 

그간 아버지에게 받은 가르침, 그리고 아버지의 행실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이미 프랭크는 위선으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관계"를 원하기 시작합니다. 호텔 호수가 정말 3113호였던 것은 그 복선이었죠. 내심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체포되길 원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병원의 간호사 브렌다에게 청혼하는 것이었습니다. 브렌다의 부모에게 약혼자로서 인정받고 그들의 일원이 되어 본 프랭크는 이제 거짓된 삶에서 손을 떼고 변호사로 정착하여 살고싶은 마음이 들게 됩니다. 이러한 결심과 약혼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가는 프랭크,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국세청을 피해 도망다니는 위선자였고 아들에게 "사기를 치지 말라"는 가르침이 아닌 "넌 절대 그만둘 수 없다"는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프랭크가 원했던 것은 그저 화목한 가정, 즉 건강한 관계였습니다. 가출을 해서 수표위조를 시작한 이유도 모두 아버지의 재산을 되찾아 가정을 다시 결합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정이 깨진 것은 단순히 재산 때문이 아니었죠, 도망자 신세인 아버지와 아들로서는 캐딜락과 집을 선물할 정도의 부가 생겨도 결국 어머니를 되찾아 올 수 없었습니다. 프랭크가 아버지를 롤모델 삼아 마지막으로 얻어낸 브렌다도 결국 떠나보내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선자의 삶에 건강한 관계란 존재할 수 없다는 메세지를 이 영화는 두 가지 에피소드로 보여줍니다.

 

 

 

 

 

프랭크를 끝없는 파멸로부터 지켜준 것은 FBI요원 칼이었습니다. 아무도 관심없는 금융사기팀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요원이죠. 보통 "누군가와 함께하는 날"인 크리스마스 이브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마다 전화를 걸어오는 프랭크의 고독함이 자신과 닮아서였는지, 혹은 갱생의 가능성을 본 것인지, 어디에 가 있든 그를 찾아내고 결국 체포하는데 성공합니다. 마지막으로 체포되는 그 순간까지 어머니의 집안을 바라보는 프랭크의 모습은 정말 처절해 보였지만, 칼 요원이 프랭크를 과거의 삶으로부터 구원한다는 비유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 뒤로는 그야말로 해피엔딩이죠, 칼은 최고의 전문가를 부하로 두게 되었고 죗값을 치른 프랭크는 도망자 신세에서 벗어나 정착하여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게 됩니다. 언제나 "관계"를 갈망하며 발버둥쳐온 프랭크와 그의 아버지, 칼 요원에게 체포되고 거짓된 삶으로부터 자기 발로 다시 돌아온 프랭크는 갱생의 기회가 주어졌고 마지막까지 위선자였던 아버지는 죽었다는 소식만을 남기고 퇴장합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위선"과 "관계", 두 개념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슬로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