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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 & 드라마

영화 [머니볼], 빌리 빈의 철학과 야구선수의 가치

머니볼, 미국 메이져리그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스몰마켓 팀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빈의 이야기이자

 

21세기 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이야기로 유명한 서적입니다. 

 

 

대학생때 경영학도로서, 야구팬으로서 책을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요

 

영화로 나온 머니볼은 책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단장으로서의 고뇌, 기존 야구계 인사와의 충돌 과정

 

그리고 전 부인 및 딸과의 관계 등을 브래드 피트의 신들린 연기로 재연하여 좀더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

 

2001년 포스트시즌, 연봉 1.1억원의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연봉 4천만원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시리즈를 내어주고,

 

세 명의 간판선수를 부자구단에 FA로 내어 줄 상황을 맞게 됩니다.

 

 

구단 내부 회의실에서 대체선수 논의가 이뤄지는데, 성격과 외모가 어떤지, 애인은 어떤지(자신감의 척도...!?)

 

몸매는 잘 빠졌는지 등등 실제 야구와는 동떨어진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빌리 빈 단장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직접 스카웃 해 온 피터 브랜드와 함께 출루율이 높지만

 

연봉이 낮은 선수 셋을 영입하자 주장하고, 기존 올드스쿨 인원들과의 수많은 마찰 끝에 이를 실행합니다.

 

 

2002년 페넌트레이스, 오클랜드는 이 당시 영입한 스캇 해티버그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20연승을 달성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디트로이트에게 시리즈를 내주고 퇴장합니다.

 

 

빌리 빈 단장은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거액의 연봉과 함께 스카웃 제의를 받지만,

 

돈 때문에 잘못 선택한 과거(대학 대신 고졸 프로야구선수를 선택)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하며 팀에 남습니다.

 

 

 

 

 

<감상>

 

책을 읽을 때에도, 영화로 볼 때에도 가장 감명깊게 본 장면은 피터를 영입하여 회의실에 들어간 장면이었습니다.

 

올드스쿨, 즉 5툴(타격, 파워, 수비, 주루, 송구) 능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를 선호하는 기존의 관계자들에게

 

정면으로 맞서며 출루율의 가치를 주장하는 빌리 빈의 모습은 굉장히 통쾌했습니다.

 

 

필자의 눈에는 이 장면이 선수의 "가격"을 측정하는 척도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보였습니다.

 

기존에는 스타성이 있으니까, 투구폼이 예쁘니까, 자신감이 있으니까, 높은 연봉을 주었다면

 

빌리 빈의 방식은 훨씬 객관적으로, 아웃되지 않고 "1루에 갈 확률이 높으니까" 높은 가치를 책정하는 식입니다.

 

 

개인적으로 "출루율"에 큰 가중치를 부여한 이유는 타석당 "아웃되지 않을 확률"을 보여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제약이 없고, 양 팀이 27개의 아웃을 당해야만 경기가 종료되는 스포츠인 만큼

 

아웃되지 않을 확률은 경기에 직결될 것입니다.

 

 

오클랜드는 이 방식의 선수관리를 통해 20연승을 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역시 통계란 항상 들어맞지는 않는 것일까요, 포스트시즌에서는 번번이 우승에 실패,

 

도리어 빌리 빈의 철학에 매료된 빅마켓 보스턴 레드삭스가 세이버메트리션인 테오 앱스타인을 영입하여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우승에 성공하게 되죠.

 

 

 

혹자는 이것이 스몰마켓 구단의 한계라고 평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빌리 빈의 방식은 단순히 "출루율 지표를 통한 선수의 가치책정"이 아닌

 

"시장에서 책정되는 가격이 과소평가된 지표"를 찾아 선수를 영입하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즉, 2002년 당시에 가장 저평가되어 있던 지표가 "출루율"이었던 것이지

 

"장타율"이나 "도루" 등은 이미 올드스쿨 방식으로도 인정받고 있던 지표였기 때문에

 

저평가된 출루율에 가중치를 크게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스몰마켓 구단의 과제는 명확해집니다.

 

투자금액이 너무 방대해서 이미 증명된 선수들을 안전하게 영입하는 빅마켓 구단과는 달리

 

선수들이 생산하는 지표 중에서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된 지표를 찾아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것이죠.

 

어쩌면 클래식 지표인 타율이나 도루가 가장 저평가된 시기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본디 영화를 감상하고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야구 얘기에 너무 빠져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야구와 선수들의 연봉 얘기, 통계적인 분석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야구를 잘 모르는 분이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게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이 훌륭한 영화입니다.

 

액션이나 코미디물에서 잠시 떠나 실화 기반의 스토리 영화를 보고싶으신 분들께 강추드립니다.